당신의 마음이 주인공이 되는 곳
문화창조벤처단지 / 2016.11.09. 18:08
웹 에이전시 ‘놀이터’의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
이미송 대표
“요즘 웹 환경에 지쳐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껴요. 그래서 계산보다는 진정성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하고 싶어요. 내 마음을 죽 따라가면서 그걸 서비스에 녹일 수 있다면, 그게 성공한 서비스가 아닐까요.”
여기 아주, 특별한 이들이 있다. 회사를 놀이터라 부르고, 놀이처럼 재미있게 일한다. IT를 다루는 웹에이전시인데 알고리즘이 아닌 아날로그 감성을 말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얘기하면서 고객들과 번개모임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용자를 동반자라 부르며 더 단단하고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는 따뜻한 기업, 놀이터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놀이터, 설레는 이름이다. 회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놀이터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웹에이전시 그룹으로 개인 블로그부터 기업 홈페이지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회사 이름을 놀이터라고 한 건, 우리가 놀이처럼 일을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려고 하다 보니 고객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는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그런 경우인데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노는 것처럼 즐겁게 한다. 근데 가끔 회사 이름을 듣고 어린이집이냐고 묻는 분도 계신다.(웃음) 현재는 우리 기술을 이용해 반려동물이나 책을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티 <Your Pets>와 <Your Books>, 그리고 운동을 돕는 앱 <Health Diary> 등 우리의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기업’이 아니라 ‘그룹’이라 소개하는 이유가 있나. 놀이터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하다.
놀이터가 시작된 건 6년 전의 일이다. 기획자인 나와 디자이너 한 명, 그리고 지금은 나의 남편이 된 개발자가 초기 멤버였다. 같은 회사 직원들끼리 퇴근 후 일 얘기를 하다가 친해진 거다. 회사 프로젝트만 하다 보면 트렌드나 최신 이슈들을 접목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우리는 맨날 모여 저녁 먹고 그런 얘기를 나누곤 했다. 당시 해외에서 반응형 웹이 소개됐는데 외국 사이트처럼 반응형 웹을 제작해달라는 일이 우리에게 들어왔다. 그렇게 외주 일을 시작했다. 나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내면 개발자가 다음 날 바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생각하는 게 바로바로 구현되니까 일이 너무 재밌더라. 각자 퇴근 후 모여서 외주 일을 하고 주 1회 정도 스터디를 하는 식으로 진행하다가 2014년 내가 퇴사를 하면서, 창업을 했다. 현재 고정멤버는 나와 개발자 두 명이고, 개인 프로젝트부터 LG 같은 기업의 큰 수주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때마다 디자이너, 퍼블리셔 등 필요한 인원이 프리랜서로 모였다 흩어지며 TFT로 일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기업이라기보다 프로젝트 그룹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Your Books>와 <Your Pets>는 주제 중심의 커뮤니티 서비스다. 왜 하필 책과 반려동물인가.
수주를 받고 홈페이지를 제작하다 보니 남의 것만 만들지 말고 우리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반려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남편은 16년 동안 키우는 강아지가 있고 나도 13년 동안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다. 우리가 친해지게 된 것도 서로 강아지 얘기를 하면서였다. 둘 다 반려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놀이터 초기부터 이런 서비스를 언젠가 꼭 만들자고 얘기하곤 했다. <Your Books>의 경우도 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게 된 서비스다. 지하철 같은 데서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무슨 책을 읽는지 너무 궁금하더라. 그런 호기심이 서비스의 시작점이었다. 책 읽는 사람에겐 책 읽는 사람만 보이는 게 있지 않나. 우리 서비스들은 전부 일상적인 관심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Health Diary>의 경우도 그렇다. 우리 부부가 헬스장에 다니는데 강사님이 종이에 펜으로 운동부위와 종류를 적고 있는 게 아닌가. 앱 안 쓰시냐 물었더니 유료라 비싸서 못쓰신다고 하더라. 그래서 만들게 됐다.(웃음)
<Your Pets>에서는 주인이 아닌 반려동물의 계정으로 활동하고, 게시글도 반려동물의 말하는 것처럼 올린다.
요즘 SNS에 반려동물 게시물이 정말 많이 올라온다.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로 인식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거다. 보통은 주인이 자기 계정을 통해서 주인의 시각에서 사진을 찍거나 글을 써서 올리는데, 우리는 여느 SNS와 좀 다르게 집중적으로 반려동물 주제만을 다루는 서비스를 하고 싶었다. <Your Pets>에서는 내가 아니라 강아지가 얘기한다. 강아지의 계정으로, 강아지가 주인공이 되어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 친구를 사귀고, 산책로를 공유하고, 카페나 맛집을 찾아간다. 이런 게 일종의 흥미 요소이자 우리 서비스만의 차별점이다. 프로필 사진과 소개, 피드 모두 우리 강아지가 썼다고 생각하면 훨씬 귀엽지 않나. 그렇게 함으로써 <Your Pets>에서만이라도 역지사지의 감정을 좀 느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커뮤니티가 좀 커지면 유기견 찾는 캠페인도 함께 벌일 예정이다. 같이 티셔츠 맞춰 입고 번개모임처럼 만나서 해보는 거다.
그렇다면 책을 중심으로 하는 <Your Books>는 다른 서비스와 어떤 차별점이 있나. <Your Books>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
메신저나 SNS에서 이미 책 관련 활동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왜 이런 서비스를 만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SNS에는 온갖 종류의 이야기가 섞여 있지 않나. 나는 책 하나에만 집중된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걸 다른 사이트들처럼 빅데이터 알고리즘으로 책을 추천하고, 책 표지사진으로 책정보를 보여주는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옆집 언니나 친구가 책을 추천하듯 친근하게 자기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편히 책 얘기를 나누는 아날로그 감성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짧은 글귀도 좋고, 긴 서평도 좋다. 자기가 느낀 책의 느낌을 사진과 글로 담아 올리는 거다. 그 피드가 모여 내 서재가 되고, 북메이트(팔로우 관계)와 공유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감성을 가진 사람이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 알 수 있고, 책갈피로 마이페이지에 저장해 언젠가는 이 책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사실 마흔쯤 되면 진짜 서점을 차리고 싶다. 나처럼 뒤늦게 책읽는 재미를 알게 된 어른들이나 동네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같은 서점을 만들고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Your Books>가 내가 차릴 서점의 온라인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손님들이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인지 정말 궁금하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집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내가 처음 서비스 개발하면서 빅데이터로 가지 않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돈 안 벌 거냐고 하더라.(웃음)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잡식성 독자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보기 때문에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라고 추천하거나 마케팅으로 푸시된 책은 일부러 빨리 안 본다. 우리가 고를 테니 그냥 보라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들 좋아하는 거라니까 나는 왠지 딴 거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인 거다. 실제로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이 추천해준 책을 볼 때 만족도가 훨씬 높기도 하고. 나도 빅데이터 기반의 추천 서비스를 사용해봤는데, 내게 맞는 걸 추천받으려면 내 정보를 꽤 많이 입력해야 하더라. 뭔가를 얻으려면 역설적으로 그만큼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게 귀찮기도 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빅데이터가 개인의 취향을 결코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빅데이터로 알고리즘을 유도해 넣어도 그게 백 퍼센트를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취향이 변하기도 하니까. 벤처단지에서 피티할 때도 말했지만, 우리의 컨셉은 아날로그 감성과 IT의 융합이다. 비록 당장 돈이 되는 서비스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취향이 진득하게 모여있는 이 공간이 언젠가는 우리의 주 수익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
나는 공유를 ‘소중한 것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게 하고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게 공유의 의미인 거다. 유용한 정보를 다수가 공유할 때 그 가치가 더 커질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공유가 너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SNS만 봐도 아무거나 다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내가 뭘 좋아하고 공유했는지는 기억도 안 난다. 나는 그런 걸 필터링해서 같은 관심,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경험한 것들을 즐겁게 나누는, 진짜 ‘가치를 높이는 공유’가 이뤄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 과정이 계속되면서 친밀감이 생기고 관계가 형성되고, 연결고리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초기 멤버가 20명쯤 모이면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다. 옛날 프리챌 커뮤니티의 번개모임처럼 내겐 그렇게 우리 고객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다.
문화창조벤처단지에 입주하고 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에 입주신청을 했던 건, 사무실 공간이 필요해서였다. 처음에는 신혼집을 오피스텔로 얻어서 사무실 삼아 일을 했었다. 문화창조벤처단지 사무실에 들어오니 좀 더 집중적으로 일하게 되고, 미팅하기도 좋아졌다. 일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중요하더라.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프로젝트도 많이 진행했다. 테마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로 벤처인증도 받고 기술보증기금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의 시간을 보낸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는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는 그룹이라 온라인 쪽으로 도움이 필요한 입주기업과 좋은 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즐거운 일들을 잘하고 싶다. /END
[출처] [cel기업人터뷰] 당신의 마음이 주인공이 되는 곳 | 웹 에이전시 ‘놀이터’의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 | 이미송 대표|작성자 문화창조벤처단지